암수살인으로 형사와 게임을 한 살인범 이두홍이 분노를 유발했다.
1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살인범 이두홍(가명)의 새로운 사건 리스트 속에 숨겨진 진실의 실마리를 추적하고,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고 있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또 이두홍의 암수살인에 대해 알아봤다. 암수살인의 뜻은 아직 인지 못 한 숨겨진 살인사건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 해 온 수사경력 29년차 김정수 형사. 그는 범인이 숨겨둔 이 장소를 찾아내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왔다. 이는 한 살인범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운명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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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았다고 자랑한 남자. 2010년 당시 46세의 이두홍이었다. 김정수 형사는 절도, 강간 등 다수의 절도가 있던 그가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직감했다. 이두홍이 김정수 형사에게 연락을 해왔다. 김정수 형사와 만난 이두홍은 3일만 시간을 주면 모든걸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두홍은 살인을 저지르고 수배 중이었고 그 장소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2010년 9월 부산 한 주점 여종업원을 살해한 이두홍. 이두홍과의 인연이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김정수 형사. 하지만 감옥에 있던 이두홍은 김정수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생각지 못한 편지도 보내왔다. 체포된 여종업원 살인사건 외 몇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는 고백이었다. 김정수 형사와의 몇번의 접견, 편지가 이어진 후 이두홍은 스스로 버행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작성했다. 모두 11건, 이두홍은 이른바 살인 리스트를 막힘없이 써내려갔다.
해당 리스트 2번에 있는 피해자 신순임(가명)는 2003년 대구에서 실종된 여성이었다. 실종 당시 피해자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동거남이었던 이두홍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묻혀있던 피해 신순임의 시신을 발견했다. 전형적인 토막시체 유기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재판으로 가게 되자 이두홍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신순임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 김정수 형사가 살인 리스트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이두홍은 "나 죽였다고 쓴 적 없다. 나 신순임 죽였다고 한 적 없다"며 자신은 시신 유기만 도왔고 사건 주범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러는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밝히고 거기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의도의 내용들이 아니다. 김정수라는 수사관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의도를 가진 내용들이 많이 나타나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두홍은 김정수 형사에게 죄를 고백하는 대가로 영치금, 물품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김정수 형사는 "죽인 놈이 죽였다고 하는데 어느 형사가 안하겠냐. 그게 더 잘못된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리고 김정수 형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증거들이 나왔고 법원에서 이두홍의 살인이 인정 됐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두홍의 암수살인을 밝혀내는 순간이었다. 김정수 형사의 활약은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12년 김정수 형사와 이두홍의 이야기가 소개됐고 2018년 영화 '암수살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김정수 형사에게 100여통의 편지를 보냈던 이두홍은 2017년 11월 3일에도 범행 리스트를 보냈다. 그는 이후 접견에서도 꽤 신빙성 있는 진술을 했다.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하려던 찰나 이두홍이 사망했다. 이두홍은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년간 1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던 김정수 형사에게도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두홍은 지난해 여름 세상을 떠났고 그가 남긴 2개의 살인리스트만 남았다.
김정수 형사는 처벌할 범인이 사라진 지금도 사건을 놓지 못하고 있다. 2번째 살인 리스트 속에도 신순임 사건처럼 신빙성 있는 고백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부산 괴정동 처음주점 사건이다.
편지로 자백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진술을 녹화하는데도 동의했던 이두홍. 이두홍은 주점 여주인과 자신이 사귀던 사이였고 살인은 사소한 다툼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연락이 닿지 않자 주점을 찾아온 가족들에게 발견된 여주인. 전화 코드는 뽑혀있었고 홀에 있던 TV도 쓰러져 있었다. 여주인은 골방에 엎드린 자세로 숨져있었다. 사인은 목졸림이었다. 범인과 몸싸움 뒤 골방으로 도망친 여주인을 범인이 뒤에서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분석됐다.
처음주점 여주인이 살해되기 몇 주전 우연히 여주인을 쫓는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 여주인이 목격자의 택시로 몸을 피했고 한 남자가 뒤를 쫓아왔다는 것이다. 그 남성의 직업도 택시기사였다고 한다. 이 시기 이두홍은 탱크로리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두홍은 자신이 택시기사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두홍은 이미 거짓자백을 하기도 했고 한번 인정한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하기도 했다. 무작정 그의 말을 믿기 힘든 상황. 하지만 김정수 형사와 함께 조사했던 조주연 형사는 처음주점 사건 자료를 전혀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두홍이 처음주점의 구조를 비교적 상세히 그려냈다고 밝혔다. 전과가 40번에 가까웠던 이두홍은 양손 엄지와 검지, 중지의 지문을 일부러 지져 없앴다.
법의학자만 아는 두번의 목졸림 흔적. 이두홍은 자신의 살해 방법을 이야기 하며 두번의 목졸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수정 교수는 "시신의 상태가 이두홍이 얘기했던 주장과 일치하기 때문에 2003년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점 사건은 조서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일관성이 있다. 물리적 공간에 대한 진술 특성이 유지된다. 머릿속에 물리적 공간에 대해 개념이 없으면 꾸며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서의 진술은 법원에서 증거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정수 형사는 증거를 찾기 위해 조사를 계속 했고 매우 중요한 목격자를 찾아냈다. 인근 노래방 사장이었다. 목격자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이두홍이었다. 지난해 노래방 사장과 이두홍의 대질조사를 앞두고 이두홍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두홍은 진술서와 살인리스트 곳곳에 거짓을 숨겨뒀다. 그가 살해했다는 홍사장은 가상의 인물로 확인됐고 광안대교에서 시신을 유기했다는 박씨도 거짓이었다. 하지만 다 거짓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신순임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임하는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곳곳에 숨겨둔 거짓. 그 너머에 숨어있는 암수살인의 단서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두홍 자술서에는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다. '택시'다. 이두홍은 그가 2차로 작성한 살인리스트 중 생곡 매립지 매장을 택시할 때 저지른 암수살인이라 고백했다.
2005년인가 2006년 겨울 여자를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택시 운전을 할 때 여성 승객을 살해했다는 4건의 살인사건. 여승객 살해사건은 시간이 흐르며 한건으로 좁혀졌다.
연산로터리에서 태운 20대 후반 여성이 차 안에서 구토를 했고 자신에게 10만원짜리 수표를 보여주며 "세차비 주면 될거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 자신을 무시해 화가 났다는 이두홍은 승객의 목적지가 아닌 인적 드문 곳으로 가 승객을 무참히 폭행하고 택시로 쓰러진 여성을 깔아 숨지게 한 후 매장했다고 밝혔다.
김정수 형사는 "진술이 일관된다. 소설을 써도 그렇게 못 쓴다. 택시할 때,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 동기, 사후 처리까지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이두홍은 여성을 암매장한 장소도 그려줬다. 생곡 매립장 옆 마을 입구 누군가의 무덤 곁이었다.
그곳은 현재 공장이 들어와있다. 현장이 공사로 파헤쳐진 후에도 끝까지 자신이 시신을 매장한 장소는 그대로 있다고 주장한 이두홍.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일까. 이두홍은 택시 여승객 살인 사건에서 마지막 퍼즐을 쉽게 주지 않았다.
범죄심리학자는 "그 사람은 즐기면서 한다. 흥분돼 있다. 장소에 혼란을 주려고 진술한거 아닐까. 이 사람은 담당 형사와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은 커녕 김정수 형사와 게임을 즐긴것이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두홍. 그가 운전하는 택시가 살인택시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 여성이 희생양이 됐다. 이두홍이 남긴 남은 수수께끼는 피해자의 목적지였다. 이두홍의 택시에 올랐던 승객의 목적지는 대저동이었다. 이두홍은 피해 여성의 나이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기억하고 있다. 머리가 길고 보통 키, 보통 체격이었던 피해자. 김정수 형사는 피해자를 역추적했고 그 무렵 대저동에 살던 실종 여성을 찾았다.
강서구 대저동으로 주소지가 돼 있는 가출인. 실종 당시 만 29세였던 여성은 보통 체격이었다. 상당 부분 이두홍이 말한 피해자 정보와 일치하는 이 여성은 1976년생 이희순 씨다. 이희순씨의 생존 반응은 지금까지도 포착되지 않았다. 피해자임이 유력해 보이지만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었다.
이희순씨 남동생은 장애가 있는 첫째 남동생을 유독 챙겼던 이희순씨가 전혀 연락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끔찍한 비극일지라도 누나가 사라진 진짜 이유를 이제는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희순씨의 가족들은 그녀의 사망신고를 했다. 실종 14년만에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
김정수 형사는 "진주교도소에 있을 때 미제 팀이 있으니까 수사를 계속 해야 하니까 사진을 가지고 들어갔더니 맞다고 했다더라. 사진을 여러개를 가져가 섞어서 찍었다"고 밝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김정수 형사는 어려운 마음으로 이희순 씨 가족을 만났다. 이두홍이 이희순 씨를 피해자로 찍었다는 말을 어렵게 건넸고 남동생은 시신을 찾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희순 씨가 피해자가 맞다면 그녀의 시신은 어디에 있을까. 이두홍이 숨은 그림처럼 교묘히 숨겨둔 거짓과 단서를 잘 찾아내야 한다. 이두홍이 암매장 장소로 거론한 곳은 딱 두 곳, 생곡과 군북IC이다. 하나의 사건을 일부러 따로 불리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가 자주 거론한 군복IC가 이희순 씨를 암매장 한 장소일 수도 있다. 김정수 형사는 "다른 건을 자꾸 섞더라. 섞더라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섞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살인리스트 중 군북IC에 묻었다는 사건은 거짓이었다. 이희순 씨를 여기에 묻은 것은 아닐까.
당시 공사 중이던 장소 인근, 소나무, 휴게소 등 이두홍의 진술을 조합할 때 유력 장소가 있다. 이수정 교수는 "군북IC가 차지하는 진술의 양이 많다. 어쩌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집중적으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는 길에서 발견된 의문의 시신이 있었는지 한번쯤 조사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두홍은 소나무 곁에 시신을 묻었다고 했다. 그가 군북IC 주위에 시신을 묻었다고 말한 사건은 2건이다. 이희순 씨의 시신이 나올수도, 아니면 피해를 알아채지 못한 또다른 암수살인의 흔적이 나올수도 있다.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소나무를 중심으로 주위를 파헤쳐봤다. 적어도 13년 이상 지난 사건이라 그 흔적이 이곳에 있을지 알 수 없는 일. 10년 이상 된 소나무 위주로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4시간 가량 소나무 주변을 모두 찾아봤지만 빈손이었다.
김정수 형사는 "이두홍이 살아있으면 이야기 하면서 수사를 조금 또 할텐데..찾을 때까지 한번 해보지. 누군가는 어딘가는 안 묻혀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쇄 살인범들은 시신을 묻었던 곳에 계속 묻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심할 만한 장소에 계속 단골손님처럼 묻는다는 것.
이두홍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살인은 2건이지만 그 이상의 살인은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에게 암매장 단골인 장소가 있다. 2010년 이두홍은 주점 여종업원 살해 혐의로 검거됐다. 경남 한 마을에 있는 아리랑 고개에서 여종업원 시신을 찾았다. 그에게 살해된 동거녀 신순임 역시 그 아리랑 고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곳은 이두홍 부모님이 묻혀있는, 이두홍 가족 소유의 선산이다. 프로파일러는 "매장장소가 중구난방으로 떨어져 있지는 않다. 이 사람은 매장하기 위해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성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력한 암매장 장소를 눈 앞에 두고 김정수 형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곳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데 이두홍이 사망한 지금 영장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9년 전 이두홍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이 고된 여정에서 김정수 형사는 가족들의 마지막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두홍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게임처럼 이용한 후 단 한번의 참회 없이 지난해 여름 세상을 등졌다. 김정수 형사는 "숙제만 나한테 주고 갔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머 해야지. 그게 형사 아니겠나. 하는 만큼 해봐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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